우리가 잊고 사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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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CeZ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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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흐르는 세월에 치우쳐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듯 하다.
특히,늘 함께 하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
그걸 잃고 나서야 뒤늦게 소중함을 느끼는것 처럼...
매일 보는 신문이 늘 같은 시간에 배달되다가
막상 배달이 오지 않으면 궁금해하듯이...
신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그 만큼 익숙해지고 길들여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또한
늘 무심코 지나치다 1년에 한번씩 있는
의례적으로 치르는 어버이날 이나 생신때
그동안 못해드린걸 단 하루만에 한꺼번에
만회라도 하기 위해 몸부림 치곤 한다.
곧 얼마뒤면 가정의 달인 5월이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날을 손 꼽아 기다릴것이고,
부모님들은 두둑히 들어있는 돈 봉투를 어쩜
바라실지도 모르고,
또 다른 새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결혼식 준비에 바쁜 5월의 신부도 있을 것이며,
대학생 들은 축제를 기다리며
5월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르실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갑자기 이 노래 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헤어지고 나서
유행가의 슬픈 노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변이라도 해준다고 공감대를 느끼듯이...
그동안 잘해드리지 못한 죄책감 때문일까...
작년 어버이날이었다.
우연치않게 내 생일과 겹치기도 했던...
아침잠이 무척이나 많은 난 그날도 방문을 걸어잠근채
늦잠을 자고 있었다.
평소에 늘 그러하듯이 그날도 엄만 아침일찍부터
날 깨우기 위해 방문을 여러번 두들기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에야
뒤늦게 방문을 여는 순간
"툭.."하고 문 사이에 작은 쪽지와 함께 현금 몇만원이
떨어졌다.
다름아닌 엄마의 짧은 편지였다.
그 편지엔...
"기엽고 착칸 내 딸 은정아...
엄마가 생일 마니 축카한다...힘내...."라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철자법이 군데군데 틀린 편지....
나중에 동생에게 들었는데 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이시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준비하셨다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한때 창피하다고 생각되었던....
엄만 찢어지게(?)가난한 생활환경에서 자라셔서
남들 다나온 중학교도 제대로 나오시지 못했다.
아니,엄마의 학벌은 내게 있어 늘었다,줄었다 하는
고무줄과도 같은 것이었던거 같다.
초등학교때 가정환경 조사를 하면서
부모님들 학벌이 거론되어지곤 했을때...
어린 마음에 내겐 참으로 창피하고 곤욕스럽게만 여겨진
질문사항 중에 한 가지로 묻는
담임 선생님이 너무나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질문이었다.
그럴때마다 엄만 "중학교 까지 나왔다고 해..."
어떨땐 "국민학교 까지 나왔다고 해..."
매번 그 물음에 회피하고만 싶었을 대답을
엄만 나보다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
그 마음을 이십중반이 넘은 지금에서야
헤아리게 되다니....
어렸을때 유난히 책을 읽기 좋아하고 국어를 잘해
늘상 받아쓰기 백점을 맞아온 시험지를 들고
부리나케 엄마에게 달려가면
엄만 세상을 다 가지신듯한 행복한 미소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코렛 하나를 주며
"에구..우리 은정이..또 받아쓰기 백점 맞았네...
은정인 커서 국어 선생님이 될꺼야...."하시며
그렇게 좋아하셨던 엄마...
자신에게 부족한걸 자식인 딸로인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으시며 그토록 행복해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소원은 큰 부자가 되는것도,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젊어지는것도 아닌
내게 가끔 장문의 편지를 쓰시는게 유일한 소원이시다.
어디가서 철자법 하나 틀리시지 않고
글을 쓰실수 있게 되는거..
비록 몇줄 안되는 짧은 편지였지만 그 몇줄의 편지를 쓰기위해
연습장에다 연습하시며 혼자 고심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났다.
평소 음식이 가득 들어있는 무거운 쟁반을
4~5개나 머리에 이시고 음식배달을 하시며
밤 열두시가 되서야 녹초가 되서 오셔서
그 바쁘고 힘든 와중에서도 한글을 배우시기 위해
학원을 다니시며 너덜너덜한 초등학교 국어책을
내게 가져와 받아쓰기 하자고...
죄송한 예기지만 매번 똑같은 단어를 틀리시는 엄마가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지곤 했었는데..
그러다가 꾸벅꾸벅 매번 졸으시던 엄마..
결국엔 정규과정을 끝마치시지 못하고
중도포기 할수 밖에 없었던 엄마...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여지껏 난 저학력의 엄마를
사랑하는 감정조차도 어쩜 저학력에 비례했는지도 모르겠다.
15年 동안을 식당일을 하시면서
늘상 일하시느라 바쁘신 엄만 아주 가끔씩 점심장사가 끝나면
잠깐 나는 짬을 이용해 하나뿐인 딸을 위해
잠시 피곤함을 쉴수 있는 값진 시간을 나 때문에 반납하시고
쇼핑하실때가 있었는데
쇼핑에 익숙치않고 늘 시간에 쫓겨 10分마다
내게 시간을 물어보시곤 하셨다.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으셔서 음식냄새가 잔뜩 베어진 옷으로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아무렇게나 넣어져있는 돈을
꺼내셔야 했던 엄마...
엄마도 남들처럼 화려한 옷에 세련된 말투로
지갑에서 빳빳한 돈을 꺼내고
여유롭게 쇼핑 하고 싶으셨을텐데..
당신이 배우지 못한걸 자식들이라도 훌륭하게 키우시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데 인생의 전부를 투자하셨던 엄마..
" 엄마....엄마.....
엄마랑 훌쩍 이십년을 넘게 늘 같이 생활하면서도
밥 달라고,돈 달라고 내가 꼭 필요할때나 부르곤 했던거 같아.
그래서,너무 미안하구...
아들 못지않는 딸이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 아직 지키지 못해서 또 미안하구...
엄마...
그치만 그 약속 꼭 지킬수 있도록 노력할께...
아직 유효한거지?^^
엄마...
그거 알아?
은정이가 엄마 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거...
나 고등학교때 학생신분으로서 하지 말하야 하는
머리 염색 한거 엄마 친구분이 보시고
" 딸내미 머리가 노랗넹...?염색했나봐?" 하셨을때
혹시라도 나 나쁜 아이로 보일까봐서
" 우리 딸은 원래 머리가 저렇게 노랗드라구.." 말해줬을때
그때 엄마가 얼마나 고마웠던지..
내 편에서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준 엄마...
은정이가 엄마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사랑해요..~♡
그리고,존경합니다..."
..............................
얼마뒤에 있을 어버이날엔 카네이션이나 물질적인 선물보다
엄마가 쉽게 읽으실수 있는 동화책 한권과
빳빳한 돈을 넣으실수 있는 멋진 지갑을 하나 선물해드리고
그동안 시간에 쫓겨 제대로 쇼핑한번 못해드린거
오로지 받기만 했던 사랑을...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수 있는,잃어버렸던 당신의 여유를
찾아드릴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잊지 마세요...
가족은 늘 내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어미새는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구렁이와 맞서고
먹이를 물고와 아기새에게 토를 해가며 먹이를 먹인다..
이렇듯 이유없이 배푸는 사랑이 모성애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이 붕괴되고 해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가족간의 확인을 너무 소홀하게 하지 않았나...
잊고 산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앞만 보고 달려온건 아닌가...
가끔 뒷걸음질 할 시간.여유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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